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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 데이터로 보는 대한민국 자살

‘자살공화국’,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흔한 표현이라 익숙해졌을 법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그러려니 하고 쉽게 지나칠 문제도 아니다. 자살률 1위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대한민국의 자살률 데이터를 통해 그들을 알아보았다.

 

▶ 2014년 대한민국, 하루 평균 37.9명이 자살로 사망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률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자살률은 27.3명(인구 10만명 당)으로 전체 사망자 중 5.17%(13,836명)가 자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37.9명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개인이 자살을 선택하는 원인에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그 중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국내 자살률의 연도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자살률이 급증하는 특정 시점을 3군데 정도 볼 수 있다. 해당 연도는 각각 1998년, 2003년, 2009년으로 이 시기에는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이슈가 발생했다. 18.4명의 자살률을 기록한 1998년의 경우 자살률이 전년 대비 1.4배나 증가했는데, IMF 사태 이후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생계형 자살’이 급증 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2003년의 경우 자살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초과한 첫 해로, 당시 카드 대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렸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금융 피해자가 양산된 것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으로 2009년에는 처음으로 자살률 30명 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1년까지 매년 역대 자살률 최고 기록을 갱신했는데, 이 시기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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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별 자살… 1995년 이후 ‘여자 자살률 < 남자 자살률’ 지속

남녀의 자살률 변화를 살펴보면, 1995년~2014년까지 남자의 자살률이 여성의 자살률보다 항상 높게 나타났다. 남녀 간의 자살률 차이는 1998년(16.2명), 2004년(17.5명), 2011년(23.2명)에 유독 그 폭이 컸고, 최근에 오면서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998년의 경우 남자의 자살률이 여자의 자살률의 2.6배로 역대 최고 기록을 보였는데, 당시 남자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47.2%의 매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여자 자살률의 증가율 27.2%보다 20%P나 높은 수치다. 이를 통해 IMF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남자들이 여자보다 많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2004년의 경우 남녀 간의 자살률 차이는 높았지만, 남녀 자살률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4.5%, 5.7%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2002-2003년 남녀 자살률의 증가율 모두 20% 이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2002-2003년에 이미 급증한 자살률의 수준에서 2004년 특이점 없이 근소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의 경우 남녀 간의 자살률 차이가 23.2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으며, 해당 시점 이후에는 그 폭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09년 이래로 남자보다 여자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연령별 자살... 높은 자살률의 노년층, 자살 사망자 수가 많은 중년층

연령대별 자살률 살펴보면, 비교적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도별 변화에서는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1998년, 2003년, 2009년에 자살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1998년의 경우 40대, 50대, 60대, 80대 이상의 연령층의 자살률이 전년보다 평균 12.1명이나 크게 증가했다. 2003년의 경우에는 주로 60대 후반, 75세 이상의 연령층이 2009년은 주로 30대·50대 초반, 75세 이상의 연령층의 자살률이 급증했다. 이처럼 노년층의 자살률이 급증한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서 이른 퇴직을 경험하며 느끼게 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과 어려움, 최근 높아지는 이혼율로 인한 독거노인의 증가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2011년의 이후의 자살률 추세는 증가 혹은 감소하는 경향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연령대의 자살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20·30대 후반의 자살률이 증가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취업 등의 어려운 현실이 젊은 세대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성별로 구분해 볼 경우, 남자의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점차 증가하지만, 여자의 경우 20·30대의 자살률과 70대 이후의 자살률이 높아 연령대별 자살률이 M자 형태의 증가와 하락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자살률과 달리 자살 사망자 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주로 중년층이다. 연도별로 차이가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연령대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1995년에는 20대가 2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했지만, 1996-2001년에는 30대, 2001년 이후로는 2013년(50대, 19.1%)을 제외하고 매년 4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연령대별 남자 자살 사망자 분포가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남자 자살 사망자 수 중 다수가 중년층에 해당했으며, 해를 거듭할 수록 점차 연령대가 높아졌다. 1995-1999년에는 30대, 2000-2010년에는 40대, 2011-2014년에는 50대 남자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다수 자살을 선택했다. 중년 남자의 자살이 많은 이유는 이 시기 실직과 재취업 등의 상황을 겪으면서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자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의 경우 20·30대의 높은 자살률 이후 40-60대까지 감소하다가 다시 70세 이후 증가한다. 특이한 점으로는 거의 전 연령대에서 여자보다 남자 자살 사망자가 많은 가운데, 80대 이상의 연령에서는 남자보다 여자 자살 사망자가 많은 것이 있다.

▶ 시·도별 자살... 충남·강원의 높은 자살률, 서울은 최하위

그렇다면, 시도별 자살률은 어떻게 차이를 보일까? 인구 구조가 다른 집단인 시·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령표준화 자살률 데이터를 활용해 알아보았다. 전국 시도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연도별로 충남(2000, 2005-2006, 2009-2010, 2014), 강원(2001-2004, 2007-2008, 2011-2013), 세종(2012)이다. 이처럼 지난 15년간 강원, 충청 지역이 주로 상위권을 유지해오는 가운데, 전라도와 경상도의 자살률 전국 순위는 역전되는 현상을 보였다. 2000년 경상도는 전라도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으나 점차 하락해 2014년에는 전라도보다 낮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은 자살률을 보인 지역은 서울(2000-2012)과 세종(2013-2014)이다. 한편, 전국 시·도의 자살률이 모두 증가한 해가 나타나는 것도 특징적이다. 2003년과 2009년 전국의 모든 시·도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충청남도의 경우 2009년 전년 대비 8.5명 증가해 38.8명의 자살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지역별 자살률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2003년 카드 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라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전국에 예외 없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자살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의 경우 2013년 대비 2014년 자살률이 상승했는데 광주, 대전, 세종, 울산, 전북, 충남이 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자살률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여자 보다 많은 수의 남자,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는 중년층, 고령화 사회로 불안정환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놓인 노년층이 다수 자살을 선택했다. 수도권보다는 강원·충청 지역에서의 자살률이 높았고, 경제 상황이 어려웠던 시기에 성별, 연령, 지역 구분 없이 자살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끝내 자살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헬조선’이라 불리며 먹고 살기가 더욱 빡빡해진다는 대한민국의 현실, 오늘도 누군가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진 않을까. ‘자살’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더 이상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우리 사회 모두가 이에 대해 각성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출처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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