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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8화 : 정용진 ‘향연’ 이부진 ‘호의’…18인의 부호들의 차별화된 키워드는?

“자신이 누구인지 들여다보세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SSG 지식향연’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연에 나섰다. 이날 그는 청년들에게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학점이나 외국어 등 점수를 쌓을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회장의 강의는 국내외 18명 부호 가운데 확연히 눈에 띄는 그만의 ‘고유 키워드’를 남겼다. 바로 ‘향연(饗宴)’이다. ‘융숭하게 대접하는 잔치’란 뜻의 이 단어는 정 부회장에게만 연계돼 언급됐다. 검색 빈도도 626회로 높다. 이는 같은 달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근’, ‘경색’의 언급 횟수 합인 578회보다도 많다. 청년들을 위한 지식향연 활동이 정용진이란 이름 석자를 타 부호들과 확연히 차별화한 셈이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빅데이터 분석 및 인포그래픽 제작업체인 뉴스젤리와 함께 지난해 국내외 부호 18인의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바탕으로 ‘온라인 평판’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성공이나 혁신을 비롯해 실패나 적자 등 몇몇 단어는 대다수 부호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시대 부호들이라면 함께 언급되는 단어를 제외하고, 각각의 부호에게 차별화된 ‘나홀로 키워드’를 따로 찾아봤다. 혼자만의 단어인 만큼 언급 횟수는 가장 많이 언급된 검색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단어는 세간의 평판을 가늠하기 위해 고려해봄직한 잣대다. 누군가는 사업적 업적이, 누군가는 불명예스러운 흠집이 ‘고유 키워드’로 붙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앞서 밝힌 ‘향연’의 정용진 부회장처럼 젊은 부호들의 ‘고유 키워드’는 주로 ‘행동’과 연관된 것이 많았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의 경우 타 부호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키워드로 ‘법인’과 ‘통합’ ‘연계’가 추려졌다. 지난해 다음과 카카오톡의 합병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세 단어가 각각 김 의장과 함께 언급된 횟수의 합은 972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례적으로 ‘호의’가 연관검색어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호텔신라 문을 들이받은 택시기사에게 선처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이 사장의 차별화된 고유 키워드가 된 셈이다. 이는 나머지 17명의 부호에겐 찾아볼 수 없는 단어였다.

릴레이 기부 바람을 불고온 ‘아이스버킷챌린지’ 역시 젊은 부호들의 고유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앞서 이 사장의 연관언급 키워드에는 그를 아이스버킷챌린저로 지목한 당구선수 차유람이 함께 있었다. 국내에 얼음물 기부 바람을 불고온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얼음물이란 단어가 446번 언급됐다. 얼음물이 함께 언급된 부호는 조사 대상 가운데 그가 유일했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고유 키워드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694회 언급된 ‘사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최고경영자(CEO)다운 결과다. 실제 저커버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대폭 늘렸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 대한 공개 질문을 받은 후 답하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물어 새해 결심을 독서로 정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다소 독특한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된 고유 키워드로 집계됐다. 바로 ‘뜨끔하다’다. 125회 언급으로 언급 횟수 자체는 적지만, 세계 1등 기부자인 그를 보고 다른 부호들이 느꼈을 감정이 함께 검색된 것으로 보인다.

주로 비즈니스와 연관된 고유 키워드도 눈에 띄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타 부호들과 차별화돼서 언급된 고유 키워드가 리니지(873회), 블레이드(308회), 지스타(222회) 등으로 나타났다. 김택진이란 이름에 경영자뿐 아니라 게임 프로그래머로서의 정체성이 녹아든 언급어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가장 화제가 됐던 국외 부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의 고유 키워드는 시티(737회)였다. 영국 축구단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로 알려지면서 함께 언급됐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고(故) 스티브 잡스는 혁신 등의 검색어는 타 부호들에게도 나타났기 때문에 매킨토시(224회)가 그만의 단어로 꼽혔다. 생전 화제가 됐던 프레젠테이션(199회), 연설(174회)도 잡스의 이름 뒤에만 검색됐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세계의 부호가 된 마윈 알리바바 회장 역시 그의 사업을 정의내린 상거래(314회)가 언급됐고, 경쟁사로 꼽히는 이베이(150회) 역시 18명 부호 가운데 유일하게 관련 단어가 됐다. 그러나 마윈이란 이름에 가장 많이 유입된 고유 검색어는 알리바바의 성장과 상장의 절묘한 타이밍을 뜻하는 ‘때’(707회)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이례적으로 LTD(651회)란 단어가 고유 키워드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지난해 3월 홍콩 현지 합작사를 인수,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지주사인 AGO(AMOREPACIFIC Global Operations Ltd.)가 함께 검색되면서 유한회사(Limited)의 약자인 ltd가 함께 검색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서 회장에게는 타 부호에겐 볼 수 없는 뷰티(244회), 요우커(134회) 등이 함께 언급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딸 민정 씨의 해군 입대와 더불어 많이 언급된 고유 검색어가 모두 딸과 관련돼 이례적이었다. 최태원이란 이름과 함께 ‘딸’이란 단어는 무려 562회나 언급되면서, 이부진 사장의 ‘장녀(147회)’ 언급보다 수배 많았다. 이어 해군과 임관 역시 546회, 343회나 언급되면서, 타 부호와 차별화된 검색어 상위 3개 모두 딸로 채워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여러 방면으로 해석 가능한 ‘뒤’라는 단어가 홀로 200회나 함께 언급됐다. 다음으로는 사업과 연관 있는 디스플레이(182회)가 뒤를 이었다. 고유 검색어 ‘뒤’는 LG그룹의 후계 구도를 궁금해 하는 세간의 관심으로 풀이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회봉사가 고유 키워드로 검색되기도 했다.

* 본 컨텐츠는 헤럴드경제와 함께 제작하였습니다. *

* 출처 : 헤럴드경제 성연진 기자, 기사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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