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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과연 앉아서 돈 벌기인가?

지난해부터 비트코인이 화두가 되었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최고 가격이 35달러였던 비트코인이 2013년 11월 20일부터 꾸준히 576달러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13년 11월 말에는 비트코인이 개당 1,203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주식을 사듯 현금으로 구매할 수도 있으며 누구나 직접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무엇이고, 비트코인 생산은 남는 장사일까?

1. 비트코인의 원천, 암호
싸이월드 ‘도토리’나 각종 온라인 매장의 마일리지, 게임에 사용되는 ‘캐쉬’ 처럼 비트코인도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그런데 국가나 회사 같은 특정 단체가 발행하고 관리하는 다른 화폐들과 달리, 비트코인은 누구나 컴퓨터로 만들 수 있고 P2P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 코드의 암호로 비트코인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수학 문제같은 암호는 컴퓨터 계산을 필요로 한다. 비트코인 화폐체계는 이와 같이 복잡한 계산을 하면 보상으로 새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 캐듯 ‘마이닝’ (mining; 채굴) 이라 불리는 암호 계산 과정은 P2P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인증하는데 사용되고, 암호 계산을 완료하면 보상으로 일정 양의 새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새 비트코인이 무작정 생성되지 않는다. 전세계에 아무리 많은 컴퓨터들이 채굴해도, 10분마다 한 컴퓨터만 비트코인을 획득하도록 암호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양은 아주 일정한 속도로 증가한다. 한마디로 비트코인은 발행과 거래가 암호로 인증되고 운영되는 ‘암호통화’ (crypto-currency)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주관과 법적 제한을 중립적으로 하고 그 대신 냉정한 기계가 이를 통제하는 셈이다.

2. 황금알 낳는 거위 뒤 함정
그러면 집이나 사무실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물론 프로그램을 설치만하면 어떠한 컴퓨터도 비트코인 마이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곡괭이가 착암기와 굴착기로 대체됐듯 일반 컴퓨터보다 암호 생산 능력이 월등한 비트코인 채굴용 특수 컴퓨터들이 개발되고 마이닝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 예로 1,500달러인 최신형 고성능 컴퓨터(인텔 i7 3930K와 AMD R9 290X 탑재)와 비슷한 가격대의 전문 장비(Butterfly Monarch BPU 300 C)가 암호를 3만 배 빠르게 계산하면서 전기는 70% 덜 사용한다.

그렇다면 최상의 비트코인 마이너(채굴기, miner)로 얼만큼 벌 수 있을까? 2월 10일을 기준으로 구매할 수 있는 채굴기 153가지의 공개된 사항들 토대로 분석해 보았다.

분석할 때 몇 가지 가정들이 필요했다. 암호 난이도의 예상 상승량은 2013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11일 마다 23% 상승을 가정하고, 마이닝은 24시간 운영을 기준 삼았다. 또 일반 가정용 전기세로 가장 저렴한 ‘주택용전력(고압, 대가족할인 적용)’ 기준과 비싼 ‘비주거용 주택용(저압)’ 기준을 따로 계산했고, 평균 가정 소비전력 양을 계산에 포함했으며, 자주 바뀌는 비트코인 거래가격은 500부터 1200달러까지 넓은 범주로 다루었다. 운송비용이나 설치비용 같은 기타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렇게 분석했을 경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속도가 빠르고, 전기사용도 효율적이고, 가격대비 계산속도도 뛰어난 고성능 제품들은 오히려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인지도 높은 6,000달러의 고가 제품에 비트코인 가격을 1,200달러라 가정해도 손해이거나 수익이 거이 없는 제품들이 많았다. 반면에 373달러나 1,500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 중 전력소비가 효율적이고 가격대비 계산속도가 높으면 비트코인이 500달러라도 이윤이 최대 105달러 남았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속담처럼 성능이 탄탄하고 부담도 적은 제품이 몇 배 가격의 제품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작년부터 시행된 가정 전기요금 누진세에 있다. 사용한 전기 양이 많을수록 요금이 배로 불어나게 되는데, 전기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채굴기가 요금 폭탄이 되기 쉽다. 그래서 제품의 계산 속도가 빠른 만큼 가격도 높고 전력소모가 많은 고성능 제품들이 운용하기 비싸 이윤이 적고, 더 느리지만 그만큼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저가제품들이 이윤을 더 남긴다. 또 전기비를 아끼기 위해 고가 장비를 가끔만 운영하면 비싼 기기 값을 회수하지 못하니, 차라리 저가 장비를 계속 돌리는 것이 낫다.

하지만 수익이 한번 발생한 전문장비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달리 수익이 계속 보장되지 않는다. 전세계에 아무리 많은 컴퓨터가 마이닝해도 새 비트코인은 일정한 속도로 공급되도록 암호 난이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새로 출시된 빠른 장비들이 유리한 만큼 더 느린 기존 장비들이 불리해진다. 즉,  비트코인을 채굴할 확률은 자체 계산속도뿐 아니라 전세계 총 계산속도의 영향을 받는다.

사실 앞 조사에서 비트코인 값이 500달러일 때 105달러 순이익 냈던 제품도 바로 한 달 지나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이같이 비트코인 채광 수익을 유지하려면 치열한 군비경쟁처럼 에너지 효율이 최고인 최신장비로 계속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장비를 얼마에 사고 파는 지에 따라 수익을 챙기며 계속 장비 업그레이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면 돈만 잃게 된다.

3. 불확실한 비트코인의 전망
비트코인 마이닝을 할 지 결정할 때 또 중요한 건 비트코인 가격인데, 전망은 어떠할까? 징가, 버진 갤럭틱이나 오버스톡 같은 큰 회사들부터 각종 소매상인까지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으로 받아들이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밝게 전망하는 시각이 있다. 또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정해진 발행 속도와 자유로운 거래 등 비트코인이 가진 몇가지 특징을 지지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먼저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입장이 불명확하다. 현재 공식입장이 알려진 46개국 중 4개 국가만 비트코인에 부정적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일단 허용하는 입장이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곳은 아직 없다. 오히려 중국의 정부나 언론사들이 (국중앙텔레비젼과 차이나데일리) 비트코인을 호의적으로 소개한 2주 뒤 중국인민은행이 금융기관들의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듯이 입장은 금방 바뀔 수 있다. 또 비트코인 거래에 중요한 거래소들도 신뢰하기 어렵다. 비트코인 거래소의 45%가 사용자들의 돈을 가진 채 폐쇄됐다는 조사도 있고,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인 Mt. Gox에서 최근 큰 문제가 발생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만큼 비트코인의 가치를 예측하기 어렸다. 가격은 작년 12월초 정점을 찍은 후 복귀하지 못하고 등락을 많이 했다. 이런 상황에 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할지 아니면 하락을 예상하는지에 따라 비트코인을 채굴할지 여부는 각자 판단의 영역이다. 

데이터 출처

  • 통계청
    소비전력
  • 통계청
    전기요금

태그

마이닝,비트코인,데이터 스토리텔링,가상화폐,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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