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기고 돈 많은 재벌 2세와 결혼하려면 우선 여자는 ‘지, 옥, 고’ 즉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살아야 해요. 그리고 재벌 2세와 함께 가끔 길거리에서 오뎅과 순대, 떡볶이를 먹어야 해요. 재벌 2세가 싸가지 없는 행동 할 때 뺨 한대 때리고 명품 선물을 해도 의연하게 거절하면 되요. 그럼 재벌 2세와 결혼할 수 있어요.” -  KBS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 中

지난 2013년도 한해만 주중 / 주말드라마 포함 총 46편 중 23편의 드라마가 재벌 2세의 사랑을 다뤘다. 뿐만 아니라 시청률 상위 10개의 드라마 중 6편의 드라마에서 재벌이 등장한다.

현대판 백마 탄 왕자 이야기인 재벌 드라마에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재벌 2세 본부장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며 정의롭고 순수한 여자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본적인 포맷으로 갖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재벌 2세의 사랑이야기는 현실에서 어떻게 달라질까?

아직 미혼이거나 결혼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 30대 기업의 재벌 2세(남성의 경우만) 33명의 공개되어 있는 배우자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총 33명의 재벌 2세 중 재벌의 딸과 결혼한 경우가 총 13명으로 4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 외 정계, 법조계 등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도 7명으로 재벌 가의 대부분 ‘끼리끼리’ 결혼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반면 그토록 기대하던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평범한 여성과 결혼한 사람은 7명(21%)에 그쳤다. 이중 6명이 모두 두산 家의 며느리로 재벌 2세의 배우자들 중 가장 신데렐라의 꿈을 가까이 실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6명의 두산 家 며느리를 제외한다면 약 80%의 사람들이 명문가 출신의 자녀들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과의 결혼으로는 1999년 이건희 회장의 맏딸 이부진씨가 단국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삼성 계열사 직원 임우재씨와 결혼한 것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들과 혼인하는 예도 과거에 비해 매우 드물다.

잘 생각해보자. 신데렐라는 평민이 아니다. 

이래저래 눈총을 받고 시달림을 받을 뿐, 결국 귀족이다. 시청자들은 재벌을 일종의 ‘현대의 귀족’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세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재벌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만큼 신분상승에 대한 환상뿐만 아니라 사랑만으로 많은 위기나 역경을 극복하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