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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 네 수저는 무엇이냐? - 청춘의 또 다른 이름... '금수저', '흙수저'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청년실업률이 11%를 돌파했다. 올해 2월 청년실업률은 11.1%에 달했으며, 3월과 4월에도 각각 10.7%, 10.2%(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넘겼다. 청년 10명 중 1명은 ‘백수’라는 말이다. 청년실업률은 8월에 이르러 8%로 줄어들었으나, ‘체감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3배 가까이 높은 22.5%인 것으로 조사(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경제활인구조사를 활용한 청년실업률 분석결과’)되었다고 한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일 할 의지가 없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으며 구직을 포기한 청년을 일컫는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비중은 한국 청년층(15~29세) 가운데 15.6%(OECD, 2013년 기준)을 차지해 OECD 평균치인 8.2%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처럼 청년실업의 어두운 현실이 오늘날 청춘의 얼굴이다. 현실을 반영하듯 젊은층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상황을 빗대거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은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진로가 좌우되는 현실을 꼬집은 ‘수저론(論)’이 만연하다. 이는 자신의 계층을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것으로 이른바 ‘금수저’는 돈이 많고 능력 있는 부모에게 태어난 사람을 말하고, 반면 ‘흙수저’는 돈도 ‘빽’도 없어 기댈 데 하나 없는 이들을 말한다.

 SNS 상에서도 ‘수저론(論)’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금수저’, ‘흙수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고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25개의 항목을 체크해 일직선으로 5개가 연결되면 자신이 ‘흙수저’임을 확인할 수 있는 ‘흙수저 빙고게임’ 등장해 유행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금수저’, ‘흙수저’에 대해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금수저’, ‘흙수저’를 언급한 게시글 약 15만 건을 분석하여 청년세대의 양극화 문제를 보여주는 ‘수저론(論)’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 금수저 언급량… 채용 시즌인 3~4월, 8~9월에 폭발적으로 증가

 올해 1월 이후로 ‘금수저’에 대한 언급은 계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채용 시즌인 3월과 4월 사이에는 ‘금수저’ 언급량이 3배나 증가했다. 4월 이후 점차 증가하되 1만 건 대를 유지하던 언급량은 하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되는 8월과 9월에 각각 32,440건, 42,09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채용 시즌에 맞춰서 ‘금수저’ 언급량이 증가하는 것은 어려운 취업 환경에 처해 있는 청춘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금수저에 대한 감정… 부정적인 반응이 거의 절반에 이르러

 금수저 언급량의 증가와 같은 맥락에서 ‘금수저’를 언급한 글에 대한 감정 분석 결과 부정적인 반응이 48%로 거의 절반에 이르는 결과를 보였다. 대표적인 부정적인 감정 키워드로는 ‘어처구니 없다’(8502건), ‘불평’(3035건), ‘싫어하다’(2510건), ‘분노’(2089건), ‘망하다’(1451건) 등으로 나타났다.

 감정 분석 결과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면, ‘금수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높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금수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좀 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금수저’를 언급한 글의 감정 분석 결과 긍정·부정·중립으로 나뉜 각각의 감정 키워드들은 그 의미를 기준으로 2개의  그룹으로 재분류 해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금수저’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평판’이고, 다른 하나는 ‘’금수저’와 자신을 비교했을 때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다.

 

▶ 금수저의 얼굴? 능력 혹은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쉽게 성공을 차지해... 

 먼저 ‘’금수저’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평판’을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자. 사람들은 ‘금수저’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금수저’ 관련 부정적인 키워드에는 ‘나태’, ‘재능 없다’, ‘한심하다’, ‘부족하다’, ‘능력 없다’, ‘무능하다’, ‘자격 없다’, ‘노력하지 않다’ 등이 있다. 이와 같은 키워드는 우리 사회 ‘금수저’라 불리는 이들에게 ‘재능 또는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내 성공이라 간주되는 것들을 쉽게 차지한다’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는 ‘금수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근거로 볼 수 있는데, ‘싫어하다’, ‘분노’, ‘증오’, ‘최악’, ‘혐오’ 등의 키워드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확인 할 수 있다.

 한편, 이와 동시에 ‘금수저’ 관련 긍정적인 키워드로 ‘굉장한’, ‘빠른’, ‘완벽’, ‘안전하다’, ‘성공’, ‘돈 벌다’, ‘대단하다’, ‘쉬운’, ‘도움’, ‘무능하지 않다’, ‘엄청나다’, ‘강력하다’, ‘중요한’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금수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 남들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또한 쉽게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하고 강력한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 청년들에게 금수저란? 절망과 좌절을 하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갖고 싶은 것!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은 ‘금수저’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상황과 이들을 비교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금수저’ 언급 글의 감정 분석 결과 키워드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키워드로는 ‘망하다’, ‘고통’, ‘피해’, ‘힘들다’, ‘절망적’, ‘실패’, ‘비관하다’, ‘서러운’, ‘좌절’, ‘불공평하다’, ‘아픔’, 불안’, ‘불행’, ‘우울’ 등이 있고, 긍정적인 키워드로는 ‘부럽다’, ‘갖고 싶다’, ‘좋다’, ‘필요하다’ 등이 있다.

 취업 문턱에 들어선 청년들은 자신이 ‘금수저’가 아니라는 것에 의해 ‘실패’, ‘피해’를 경험한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그로 인한 ‘절망’, ‘좌절’, ‘우울’ 등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럽다’, ‘갖고 싶다’ 등 오히려 ‘금수저’를 부러워하는 감정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는 이미 우리 사회 내 ‘금수저’가 갖고 있는 강력한 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불공평하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청춘의 복잡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금수저 관련 연관 키워드… ‘회사’, ‘돈’, ‘집’ 등 청년실업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어

 그렇다면, ‘금수저’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회사’(12,487건)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돈’(6960건), ‘집’(6390건)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이는 모두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된 연관 키워드로 볼 수 있으며, 그 외 ‘면접’(4251건), ‘술’(2396건)’, ‘분노’(2089건), ‘사회구조’(1413건)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특히 ‘수저론(論)’에서 ‘금수저’와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는 ‘흙수저’도 4103건이나 언급되었다.

 

▶ 흙수저 언급량 큰 폭으로 증가… 신조어로 등장해 대중의 공감을 받아

 그렇다면, ‘흙수저’에 대해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올해 1월 이후로 ‘금수저’ 언급량이 계속적으로 증가해오던 맥락과 동일하게 ‘흙수저’ 언급량도 최근으로 올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5월까지 언급량이 채 100건이 되지 않던 것에 비해 7월에는 1,000건을 돌파했으며, 가장 최근인 9월의 경우 5,093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인 8월의 언급량(1,649건)에 비해서도 3배나 급증한 수치이다. 이와 같은 ‘흙수저’ 언급량 추이 변화로 알 수 있는 것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올해 6월을 기점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하반기 채용 시즌인 9월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에게 만연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흙수저’라는 신조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공감이 밑바탕이 되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 흙수저 연관키워드… ‘대출’, ‘양극화’, ‘상실감’... 헬조선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

 가장 많은 언급량을 기록한 9월 한 달 동안 ‘흙수저’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흙수저’를 언급한 글의 연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청춘들의 고민과 착잡한 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흙수저의 연관 키워드로 ‘수저론(論)’을 구성하는 ‘금수저’(3968건), ‘은수저’(382건) 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신조어인 ‘헬조선’도 389건이나 언급되었다. ‘헬조선’은 지옥(헬, Hell)과 한국(조선)의 합성어로 청년들이 살아가기 힘든 오늘날 대한민국을 비꼰 표현으로 흙수저로 살아가기에 한국 사회는 지옥과 같다는 것이다. 지옥과 같이 살기 힘든 헬조선은 ‘흙수저’ 연관 키워드에서도 그대로 확인 할 수 있다. ‘대출’(522)건, ‘양극화’(254건), ‘학자금’(176건), ‘상실감 만들다’(101건), ‘자본주의’(101건), ‘부채’(84건), ‘일자리’(46건), ‘실패’(45건), ‘안타깝다’(14건), ‘출발선 다르다’(14건), 분노(10건) 등의 키워드를 통해 청년들에게 닥친 현실의 문제들과 힘든 심정을 알 수 있다.

 ‘네 수저는 무엇이냐?’, ‘내 수저는 흙수저인가…’, ‘내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오늘도 청년실업의 낭떠러지로 내몰린 청춘들은 ‘금수저’, ‘흙수저’를 떠올리며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 청춘들을 도대체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수많은 매체 보도를 통해 청년실업을 극복해 취업한다고 해도 그 뒤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또 돈이 없어 결혼을 포기해야 하고 내가 살 집을 포기해야 하는 끝나지 않은 고통이 남아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 사회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헬조선’, ‘망한민국’이라 불리는 지금의 현실을 극복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만물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인생의 젊은 시절을 뜻하는 청춘, 청춘이라 부르기도 미안한 청춘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데이터 출처

  • 통계청
  •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 OEDC
    통계

태그

취업,데이터 스토리텔링,금수저,뉴스젤리,헬조선,흙수저,수저론,청춘,청년실업,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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