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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10년의 크리스마스.

어느덧 한해도 다 가고, 내일 모레면 마지막 연휴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문득 시간 참 빨리 간다 하면서도 10년 동안 우린 어떤 겨울을 보냈었는지 까마득하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혹은 혼자 있어도 어디서든 근사해지는 좋은 계절, 겨울. 12월의 어느 날, 우리들의 겨울을 돌아보자.

 

2003년 12월 23일 기온 4.5도 포근,

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났다!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예매 율 1위의 피터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은 이번 달 관객만 30만 명이 들었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이랑 러브 액츄얼리 중에 고민하다가 결국 러브 액츄얼리를 봤는데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마 앞으로 10년 동안은 크리스마스 로맨틱 영화의 고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보다 많은걸 갖기 위해서는 사랑이나 배려, 동정심 같은 이타적인 감정보다는 강인한 의지로 무장한 질투심이나 시기, 미움과 증오, 혹은 복수심이 더 유익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영화에서처럼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아내와 남편,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오랜 벗, 직장동료, 이웃들과 크리스마스에는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이상길의 영화읽기 / 러브 액츄얼리-크리스마스엔 더 큰 사랑을]

2004년 12월 23일 기온 -3.7도 꽁꽁

벌써 방학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영화 관객만 670만 명의 사람들이 12월 동안 영화를 봤다. 이제 국민 취미가 되어버린 ‘영화감상’은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오페라의 유령부터 겨울시즌의 고전 로맨틱 코미디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2 뿐만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 블레이드 3, 인크레더블과 같이 SF액션영화도 흥행 중이다. 올 한해, 작년보다 맥주를 찾는 손님은 떨어진 반면 소주를 찾는 술꾼들이 훨씬 많아졌다. 물가는 점점 오르고, 추워진 날씨만큼 더 뜨겁게 데우려면 맥주보다는 소주가 더 필요한 듯 하다.

2005년 12월 23일 기온 -3.2도 작년이랑 비슷

밀레니엄을 외치던 2000년대 초반도 이제 훌쩍 가고, 어느 새 꺾인 중반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어주는 건 날씨는 여전히 서럽게 춥지만, 그래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눈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조금은 따뜻해질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벌써 설렌다.
이제 곧 개봉을 앞둔 <왕의 남자>의 입 소문이 뜨겁다. 벌써부터 세 번째 ‘1천만 관객 영화’의 탄생을 기대하는 목청이 높아지고 있다. 여자보다 더 예쁜 신인 배우 이준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쉽게 다루지 않았던 동성애 코드가 녹아져 한국 사회의 동성애 코드에 대한 수용도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정치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된다.

2006년 12월 23일 기온 2.5도

작년보다 날이 많이 풀려서 그런지 도로에 참 차가 많이 다닌다. 지난 3년 보다 올해 더욱 차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건 비단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차량 통행량이 많은 것이기도 하다. 술과 담배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이번 달에만 50여 개가 넘는 영화가 개봉했다. 007 카지노 로얄, 박물관은 살아있다, 로맨틱 홀리데이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 속에 미녀는 괴로워, 중천, 해바라기 같은 한국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7년 12월 26일 기온 3.0도

여세를 몰아가던 소주의 출고량이 처음으로 떨어졌다. 연초 금연, 금주 다짐이 벌써부터 시작되었는지 술과 담배에 쓰는 돈도 많이 줄었다. 영화관에는 로맨틱, 연인들의 멜로 보다 훈훈한 결말이 기다리는 힐링 영화가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2008년 12월 23일 기온 -1.2도

차태현, 박보영 주연의 영화 과속스캔들이 또 하나의 기록의 역사를 새울 조짐이다. 상큼 발랄한 가족 이야기와 좋은 음악과 연기로 12월 한달 간 동원 관객수만 420만 명을 기록하였으며 국민영화가 되기 위한 커트라인인 500만 명은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인도, 쌍화점처럼 팩트에 기반한 사극 영화의 흥행도 두드러진다.

2009년 12월 23일 기온 4.4도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가 지속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의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나비족은 맹렬한 기세로 결국 타이타닉 호 마저 침몰시켜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관람을 마친 관객마다 실제 ‘판도라 행성’에 있다가 나온 것 같다는 평으로 3D 미디어의 하나의 지평을 연 사례로 손꼽힌다. 한편, 맥주와 소주의 출고량이 큰 폭으로 1억병, 3억병씩 줄었다. 주류 지출도 또 한차례 작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2010년 12월 23일 기온 -1.9도

거리가 휑하다. 3~4년 동안 봐왔던 풍경이 아니다. 날씨도 작년보다 더 추워지고 최저기온도 더 낮아졌다. 작년보다 영화관객수도 한참 못 미친다. 입 소문 타는 혹은 작품성 있는 작픔들이 부족하면서 대박 난 흥행영화는 이번 달에 어려울 것 같다. 개봉할 때마다 가볍게 박스오피스 1위를 가져가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위력이 대단하다. 맥주판매량을 비롯한 주류 출고량이 부쩍 늘었다.

2011년 12월 23일 기온 -5.4

할리우드 판 꽃 중년의 액션활약이 두드러진다. 톰 크루즈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변함없는 액션연기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괴짜 셜록 홈즈로 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영화를 빛낸다. 반면 한국 영화의 경우 째째한 로맨스, 황해, 김종욱 찾기 등 다양한 장르적 환경 때문에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2012년 12월 23일 기온 -8.9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7년 만에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 겨울은 그리고 유난히 작년보다 더 춥고 눈도 더 많이 오는 거 같다. 갈수록 추워지는 겨울추위 탓에 차량통행량도 확연히 줄었다. 다른 술들의 판매량은 줄어든 반면에 한국 사람들 소주 사랑은 그칠 줄을 모른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2012년 연말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휴 잭맨, 앤 헤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후시 녹음이 아닌 동시녹음으로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해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어느덧 12월의 영화관객수는 2000만 명을 바라보며 세계 영화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어떤 달보다 빠르게 지나갔던 12월, 지난 11개월을 나를 위해 바쁘게 살아왔다면 한 해 중 적어도 1달, 12월만큼은 남을 위해 돌아보며 보낼 수 있는 겨울이 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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